지난번 4편 드디어 땅을 샀다에서 시간이 곧 돈이다라는 걸 설명드렸습니다.
노련한 설계 사무실을 만나야 하는 이유도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땅도 샀고 토목설계사무실과 건축설계사무실도 잘 만났고 개발행위 허가절차를 진행하는데 건축주님들에 의해 시작단계에서 엄청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과 그럴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려드립니다.
땅을 사고 나면, 보통은 두 설계사무실과 건축주가 처음에 합동미팅을 합니다. 거기서 땅의 모양을 놓고 대략적인 건물의 위치를 잡고 공장의 폭과 길이를 정하고 진입로는 어디로 하고 등의 큰 틀의 밑그림이 그려집니다.
1. 토목설계에서 먼저 해당부지에 대한 현황을 측량합니다. 땅내부와 그 주변의 높이와 배수로나 옹벽, 도로, 맨홀, 전봇대, 지형의 단차, 심지어는 논두렁까지 세세한 표현되는 상세 도면을 지적도에 오버랩하여 만듭니다. 그러고 나서 그 현황을 바탕으로 부지의 높이를 정하고 배수는 어디로 빼고 등을 미리 계획합니다. 이후 건축설계에서 건축개요가 넘어오기를 기다립니다.
2. 건축사는 고객이 원하는 평면도의 초안을 그려서 보여주고 출입문,사무실,화장실등의 위치와 크기등를 협의하고 몇 번 의 피드백을 거친 후 확정된 건물의 위치, 크기등의 정보가 들어간 건축개요를 만들어 토목에게 넘겨줍니다.
3. 자료를 넘겨받은 토목설계에서는 규정에 맞게 건물의 위치를 미세 조정하면서 피해방지계획과 나머지 종/횡단도등의 도면을 완성하고 이를 건축주에게 확인받고 개발행위 허가를 시청에 접수합니다.
자....1번부터 3번까지 각 단계가 한 번으로 끝나면 허가에 필요한 사업계획서부터 도면까지 한 달도 안 걸리고 모두 작성되어 시청 허가과에 개발행위 허가를 접수합니다.
너무 쉽고 설명이 간결한데 왜 건축주 때문에 시간이 초반부터 허비된다고 하지?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토목/건축 설계사무실은 최대한 빨리 허가를 받아야 비용을 정산받습니다. 즉, 돈을 빨리 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건축주는 대부분 어렵게 모은 종자돈으로 평생에 처음 큰돈을 들려 내공장을 짓는 입장에서 시간이 갈수록 결정사항들을 바꾸기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를테면 공장 출입구의 위치, 사무실의 크기,화장실을 키우거나 위치를 바꾸거나 샤워실을 추가하거나..등등
이렇게 변경하는 것도 한꺼번에 바꾸면 시간을 아낄 수 있는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출입구를 변경하고 내일 변경내용을 담은 도면이 오고 그걸 쳐다보다가 옆에서 직원이 "대표님 화장실에 샤워공간과 별도의 휴게공간을 넣어주시면 직원들이 좋아할 겁니다" 한마디에 그 동안 같이 고생한 직원들이 고마워서 건축설계에다 그걸 넣어달라고 요청합니다....
다시 진도를 못 나가고 도면을 수정하지요.. 이런 과정이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이고 일어나고 수정된 사항에 대해 확정을 지어야 다음 일이 진행되는데 갑자기 일이 바빠서 며칠동안 확정을 못하기도 하고요..ㅎ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한 달 두 달 심지어는 평면 확정까지 석 달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생산실, 사무실, 화장실등의 평면이 드디어 다 확정이라는 건축주의 확답을 듣고 건축사는 그 평면을 토대로 구조기술사에게 구조설계를 의뢰합니다. 기술사는 평면을 고려하여 기둥의 위치와 크기, 지붕 구조재의 크기와 기초공사에 관련한 매트의 두께나 철근 등의 사항을 결정하여 도면을 상세하게 작성합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는 일이지만 여기 까지만 와도 진도가 상당히 나간 겁니다.
자.. 그런데 건축주가 그 사이에 지인분의 공장을 방문했다가 출입문의 크기와 위치, 기계배치를 보고 조언도 듣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본인 공장의 설계를 바꾸기로 합니다...
건축설계를 불러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 바꾸는 게 좋겠다고 변경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자.. 이 시점에서 되돌리려면 힘든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합니다. 구조기술사에게 다시 자문을 받거나 구조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평면계획부터 다시 모조리 수정해야 합니다. 처음 무터 다시 입니다.
만약, 건축주가 건물의 위치를 1미터 이상 옮긴다거나 건물의 폭이나 길이를 변경한다면 이제 토목 쪽이 난리가 납니다. 개발행위에 필요한 건축개요는 내부 구조는 중요치 않습니다. 건물의 위치와 크기가 가장 중요하고 그런 건축개요가 수정된다는 것은 이미 시청에 접수된 허가서류를 반환받아 다시 작성해야 해서 재 신청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지금까지 걸린 시간이 전부 날아가는 상황이고 두 설계사무실은 일을 다시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니 설계비 증액 문제가 나오기도 합니다.
자,, 그런데 그런일이 벌어지게 한 건축주가 잘못한 걸까요?
저는 그런 건축주님들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동안 남의 집에서 견디기 힘들고 서러운 시간을 견뎌내고 드디어 꿈을 이루는 순간인데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동안의 고생을 견딘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견할 겁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다만,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따라오지요..
처음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에상보다 많이 들어갈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업적인 타이밍과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정 할것은 수정하고 만들고 싶은 공장을 만든는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지요. 하물며 몇억짜리 집을 짓는것도 아니고 십수억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공장을 짓는 일인데 잘 짓고 싶고 잘 꾸미고 싶은건 당연한 일입니다.
도면부터 모든 서류가 다 작성되고 접수직전이든 심지어 접수하고 서류가 도는 중간에라도 꼭 바꾸고 싶은 것은 있다면 바꾸는 것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 하지 않은 길입니다... 비용은 좀 더 들겠지만...
오늘도 내공장 갖기를 소원하시는 대표님들과 하루를 무사히 버텨내신 대표님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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