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지 좌대에서 붕어를 만난다.
나는 20여년전부터 붕어낚시를 즐겨왔다.
그중 5년정도는 낚시에 미친 시기였다.
평일에도 퇴근후 어디서 잘나온다는 말이 들리면 미친듯이 차를 몰아
짬낚을 즐기고 주말에는 어김없이 1박일정으로 출조를 하고 기상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낚시용품가게나 인터넷을 뒤져가며 장비 사들이기 바쁜 기기였다.
산속 소류지에서 홀로 낚시하는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소류지에는 희한하게도 물쪽으로 튀어나간 산날맹이의 끝자락에 있는 곳이
포인트인 경우가 많고 그런곳은 어김없이 무덤도 있다.
무섭지는 않았고 영면해 계신분의 평안을 빌며 소주한잔 부어드리고 그 앞에서
밤낚시를 즐기곤 했다.
이후엔 우연히 단골을 맺게된 예당지 도덕골 좌대만 다니면서 편안하고 게으른
낚시가 몸에 베어버려 이젠 소류지 날것 같은 낚시는 앞으론 어려울듯 싶다.
좌대를 타면서 날것의 맛은 포기했지만 좋은점은 편안함으로 이어지는 게으름을
한껏 피울수있어 좋다.
작은 좌대지만 혼자서 독차지하며 더우면 반바지에 런닝셔츠와 밀집모자 하나로
여유를 부리다가 시원한 맥주한캔 마시고 방에서 자는 낮잠도 꿀맛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조과는 뒷전이 되기 일쑤다..
그래도 기본 실력이 있으니 최소한 꽁은 면하지만 더러는 꽝치더라도 실력없슴을
인정하며 겸손해지기도 한다.
도덕골 좌대 주인장도 나이도 비슷하고 말이 제법 잘통하며 실없는 농담도 주고 받는
사이가 되다보니 만나면 좋은 친구같다.
꽝치는 날엔 게으른 났시니 건달낚시니 놀리기 바쁘다..ㅎㅎ
어떤 물건이 손에 익으면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오래쓰는 성격인지라 예당지도 도덕골좌대만
주구장차 가게 되어 다른 좌대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제 봄바람이 살랑거리고 물가 수초나 노출된 잔뿌리에 붕어가 배를 부비적거리는 시기가
돌아와 저도 같이 부비적 거리러 가야할 듯 합니다.